
똑같이 8시간을 출근해도 어떤 사람은 오후 5시가 되면 여유롭게 가방을 챙기고, 어떤 사람은 밤 10시까지 야근한다. 생산성 차이는 ‘열심히 일하는 정도’가 아니라 ‘시간을 쓰는 패턴’에서 발생한다. 최근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이 27명의 CEO를 1년간 추적한 연구에서 흥미로운 결과가 나왔다. CEO들의 주당 평균 근무 시간은 62.5시간이었지만, 이 중 절반도 안 되는 시간만 ‘고가치 업무’로 분류됐다. 나머지 시간은 회의, 행정 처리, 예상치 못한 방해로 소모됐다. 방해받지 않고 혼자 일할 수 있는 시간 중 59%는 1시간 이하의 파편화된 조각에 불과했다.

CEO도 못 피한 생산성 함정, 데이터가 말하는 진실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의 연구는 조직의 최상위 의사결정권자들조차 업무 시간 관리를 제대로 못 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CEO 27명의 일과를 추적한 이 연구에서, 그들은 주당 평균 62.5시간을 일했다. 그런데 스스로 ‘고가치’라고 평가한 업무는 채 절반도 되지 않았다. 나머지 시간은 회의, 이메일 답장, 예고 없는 면담 요청 등에 분산됐다.
더 놀라운 건 이들 CEO의 독립 작업 시간 중 59%가 1시간 미만 단위로 쪼개져 있었다는 점이다. 회사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사람조차 1시간 넘게 집중할 시간을 확보하지 못한 셈이다. USC(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 연구에서도 비슷한 결론이 나온다. USC가 시간 관리 기법을 도입한 참가자들을 추적했더니 생산성이 도입 전보다 50% 올랐다.
포브스가 2024년 Owl Labs 보고서를 인용한 기사에 따르면, 하이브리드 근무자의 58%가 타임 블로킹을 일상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스스로 일정을 통제하고 업무 시간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이 숫자는 재택근무가 보편화된 이후 더 빠르게 늘고 있다.
문제는 대부분의 사람이 ‘시간이 없다’고 느끼지만, 실제로는 시간이 새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다는 데 있다. 그러면 당신의 시간은 어디로 새고 있을까.
데이터 1: 미국 지식근로자의 하루, 실제 생산 시간은 2시간 53분
RescueTime이라는 생산성 측정 도구가 2019년 발표한 데이터를 보면, 미국 지식근로자의 평균 업무 집중 시간은 하루 2시간 53분에 불과하다. 8시간 근무를 기준으로 하면 집중률이 36%밖에 안 되는 셈이다. 나머지 64%는 이메일 확인, SNS, 사내 메신저, 짧은 대화 등으로 채워진다.
이 수치가 주는 충격은 ‘방해를 받는 것’ 때문만이 아니라는 데 있다. 대부분의 시간 손실은 스스로 만든다. 업무를 시작하기 전에 ‘잠깐 확인’한 뉴스나 SNS 피드가 20분을 잡아먹고, ‘1분만’ 보려던 동영상이 40분으로 이어진다.
하루 2시간 53분이라는 숫자는 평균이다. 상위 20%의 생산성 최고 근로자는 하루 평균 4시간 15분을 집중 업무에 썼다. 하위 20%는 1시간 20분도 채 되지 않았다. 같은 8시간을 회사에서 보내지만, 실제 생산한 결과물의 차이는 3배 이상 벌어지는 셈이다.
데이터 2 — 작업 전환 비용, 한 번 방해에 23분
캘리포니아 대학교 어바인 캠퍼스의 심리학자인 글로리아 마크 교수 연구팀은 흥미로운 실험을 진행했다. 사무직 근로자들의 업무 패턴을 추적한 결과, 한 번 방해를 받고 다시 원래 업무로 돌아오는 데 평균 23분이 걸렸다. 단순히 방해를 받은 그 순간이 아니라, 멀티태스킹 문서 참조에 ‘원래 무슨 일을 하고 있었는지’를 기억해내고 재집중하는 데 시간이 소모되기 때문이다.
더 놀라운 건 방해의 빈도다. 같은 연구에서 사무직 근로자들은 평균 11분마다 한 번씩 방해를 받았다. 누군가가 다가와 말을 걸거나, 메신저 알림이 뜨거나, 전화벨이 울리는 등의 외부 방해가 11분 간격으로 발생한 것이다. 8시간 근무라면 이론상 43회의 방해를 받고, 그중 진짜 중요한 외부 방해는 10%도 안 된다는 게 연구팀의 분석이다.
여기서 더 큰 문제는 ‘자기 방해’다. 외부에서 방해가 없어도 스스로 업무를 전환하는 경우가 빈번했다. 이메일 알림을 보는 순간부터 업무 맥락이 깨지고, 복귀하는 데 23분이 걸린다면 하루 3~4번의 이메일 확인만으로도 1시간 30분가량이 증발한다.
데이터 3: 하루 60%의 업무가 우선순위가 아니다
맥킨지 글로벌 연구소는 지식근로자의 업무 시간 중 60%가 ‘로우 밸류’ 활동에 쓰인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이메일 작성, 보고서 포맷팅, 행정 처리, 반복 데이터 입력 같은 업무다. 물론 이들 업무가 전혀 필요 없다는 뜻은 아니다. 문제는 ‘진짜 중요한 업무’를 할 시간이 부족해지는 구조다.
같은 보고서에서 지식근로자는 평균적으로 업무 시간의 20%만을 ‘전략적 사고와 창의적 문제 해결’에 쓴다고 밝혔다. 80%는 실행과 소통에 쓰인다. 그런데 80% 중 절반 이상이 자동화하거나 없앨 수 있는 반복 업무라는 게 맥킨지의 판단이다.
이는 미국 노동통계국의 데이터와도 일치한다. BLS의 2023년 시간 사용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은 업무 시간 중 약 36%를 컴퓨터와 관련된 업무에 쓴다. 이 중 상당 부분이 이메일, 스프레드시트, 보고서 작성 같은 ‘생산적이지만 고부가가치는 아닌’ 활동이다. 진짜 문제는 대다수의 근로자가 자신이 생산하는 시간과 소비만 하는 시간을 구분하지 못한다는 데 있다.
데이터를 현실로 바꾸는 법, 세 가지 원칙
이 데이터들이 주는 메시지는 단순하다. 당신이 느끼는 ‘시간 부족’은 능력 부족이 아니다. 시간이 새는 구조를 바꾸지 않았을 뿐이다. 다음 세 가지 접근법을 실험해보길 권한다.
‘불가침 블록’을 하루에 단 하나라도 만들어라.
CEO들이 가장 아쉬워한 건 긴 집중 시간의 부재였다. 당신이 CEO가 아니라도 매일 90분은 ‘절대 방해 금지’ 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다. 하루 중 인지 에너지가 가장 높은 시간대를 찾아 그 시간을 진짜 중요한 업무에 할당하라. Owl Labs 보고서에서 하이브리드 근로자의 58%가 사용하는 타임 블로킹을 적용하는 것이다. 회의를 잡히기 전에 먼저 일정에 중요한 업무를 채워넣어라.
‘이메일 배치 처리’로 전환하라.
작업 전환 비용이 23분이라는 건, 이메일을 한 통 확인하는 사이 23분짜리 방해를 자초하는 셈이다. 이메일은 하루 2~3회, 정해진 시간에만 확인하라. 아침 출근 직후, 점심 식사 후, 퇴근 1시간 전이 효율이 가장 높은 시간이다. 시급한 요청은 전화나 직접 대화로 해결된다는 점을 기억하라.
‘해야 할 일’ 목록 대신 ‘할 시간’ 목록을 만들어라.
할 일을 나열하는 대신, 각 업무에 시간을 직접 배정하라. 맥킨지 보고서가 지적했듯 대부분의 로우 밸류 업무는 자동화하거나 제거할 수 있다. 30분 안에 끝낼 수 있는 일인가? 그렇다면 바로 실행하고 지워라. 하루 종일 걸릴 일인가? 그렇다면 오늘은 첫 60분만 하고 내일로 넘겨라. 완벽한 계획보다 실행 가능한 계획이 낫다.

데이터가 증명한 생산성의 역설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의 CEO 연구가 보여주는 교훈은 단순하다. 더 열심히 일하는 게 답이 아니다. 시간을 어떻게 설계하느냐가 생산성을 결정한다. 62.5시간을 일해도 고가치 업무는 절반도 안 되는 CEO의 사례는 ‘시간 관리’가 아니라 ‘에너지 관리’가 필요하다는 걸 말해준다.
USC 연구에서 USC 연구에서 시간 관리 기법을 도입한 참가자들의 생산성이 50% 향상된 이유는 간단하다. 같은 시간을 써도 더 나은 구조에서 일했기 때문이다. RescueTime의 데이터에서 상위 20%와 하위 20%의 생산성 차이가 3배 이상 벌어졌던 이유도 같다. 그들은 시간이 아니라 ‘집중’을 관리했다.
당신이 오늘 오후에 처리할 업무를 생각해보라. 그중 진짜 중요한 일은 몇 개인가. 나머지는 내일로 미뤄도, 아니면 아예 하지 않아도 지장이 없는 일은 아닌가. 솔직히 말하면, 대부분의 ‘급한 일’은 사실 급하지 않다. 우리는 긴박함과 중요성을 혼동하는 습관에 빠져 있다.
생산성의 결론은 단순하다. 덜 해라. 대신 더 중요한 걸 골라서 해라. 그리고 그걸 할 시간을 먼저 막아둬라. 나머지는 저절로 따라온다.
같은 사이트의 딥워크 생산성 글에서 집중력 관리 심화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이 글은 Forbes의 타임 블로킹 보도와 Stealth Agents의 경영진 시간 블로킹 통계 보고서 데이터를 참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