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일 8시간 이상을 사무실에서 보내지만, 실제로 일에 집중하는 시간은 얼마나 될까. 인상 깊은 데이터 하나: UC 어바인의 글로리아 마크(Gloria Mark) 교수팀은 2004년부터 직장인의 화면 전환 패턴을 추적했는데, 2004년 평균 2분 30초이던 화면 집중 시간은 2023년 그녀의 저서 [Attention Span] 데이터 기준으로 47초까지 떨어졌다.
혹시 이 수치에 찔끔했다면. 문제는 우리 개인의 의지력이 아니다. 사무실 환경 자체가 집중을 불가능하게 설계되어 있다는 게, 여러 연구가 일관되게 말하는 결론이다.

주의 잔류(Attention Residue): 눈에 안 보이는 세금
태스크 전환 비용에 대한 학계의 설명 중 가장 직관적인 건 워싱턴대 소피 르로이(Sophie Leroy) 교수의 주의 잔류(attention residue) 개념이다. 2009년 Organization Behavior and Human Decision Processes에 실린 그녀의 논문은 의외로 단순하게 출발한다. 사람은 업무 A를 끝내고 업무 B로 넘어가도, 인지 자원의 일부가 A에 붙잡혀 있다. A를 확실히 끝내지 못할수록 남은 잔류(residue)가 커진다.
르로이는 실험 하나를 더 설계했다. 참가자들에게 A과제를 주고 도중에 “곧 과제를 바꿀 것”이라는 예고 신호를 보낸 뒤 B로 전환하게 했다. 결과가 뚜렷했다. A의 마무리가 확실하지 않은 상태에서 B를 시작한 그룹은, A를 깔끔히 종료한 그룹보다 B의 성과가 최대 35% 낮았다. 뇌가 A의 미완을 계속 의식하면서 B에 쓸 수 있는 인지 용량이 그만큼 줄어든 셈이다.
이 상황을 좀 더 구체적으로 상상해보자. 오전 10시, 보고서 마감이 2시간 남았다. 그런데 슬랙 알림이 떴다. “어제 건 회신 부탁.” 눈길이 간다. 확인한다. 답변을 위해 생각하기 시작한다. 다시 보고서로 돌아오지만, 아까까지 이어지던 논리의 흐름은 사라졌다. 이 짧은 순간, 주의 잔류가 발생했다.
르로이는 이걸 “마음의 백그라운드 프로세스”라고 비유한다. 전화하다가 음악을 틀면 둘 다 선명하지 않은 것처럼, 하나를 끝내지 않고 다른 일을 시작하면 두 과제 모두 처리 속도가 느려진다. 캘리포니아대 바버라 오클리(Barbara Oakley) 교수는 [A Mind for Numbers]에서 전환 비용을 줄이는 유일한 방법으로 “한 번에 하나의 인지 부하만 처리하는 것”을 꼽았다. 뇌의 작업 기억(working memory) 용량이 동시에 여러 고차원 작업을 담지 못하기 때문이다.
23분의 논란, 정확히 무슨 연구인가
생산성 업계에서 “중단 후 집중 회복까지 23분 15초”라는 말을 한 번쯤 들어봤을 거다. 이 수치는 UC 어바인의 글로리아 마크(Gloria Mark) 교수가 2000년대 초반 사무직 근로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현장 관찰 연구에서 나왔다. 그녀는 수십 명의 참가자 업무 흐름을 비디오로 기록하면서 중단 발생 후 원래 업무 깊이로 복귀하는 시간을 측정했다.
재미있는 점은 이 수치가 학술 논문에 명시된 게 아니라 대중 강연과 저서를 통해 널리 알려졌다는 거다. 일부에서는 방법론적 한계도 지적한다. 실험실 환경이 아닌 현장 관찰에서 나온 데다 측정 대상마다 편차가 컸다는 것. 그럼에도 이후 여러 후속 연구가 같은 방향의 결과를 보여줬다.
MIT 미디어랩의 인지과학 연구에서는 짧은 중단이라도 고난도 인지 과제의 오류율을 평균 15~20% 높인다고 보고했다. 미시간대 연구팀은 중단 횟수가 많은 날의 경우, 근로자가 스스로 느끼는 인지적 피로도가 중단 없는 날보다 2.5배 높게 나타난다는 데이터를 발표했다. 중단 이후 뇌가 이전 상태로 복귀하는 데 상당한 에너지를 소모하기 때문이라는 게 공통된 해석이다.
마크 교수의 최신 데이터를 보면 직장인의 평균 화면 집중 시간은 47초. 1시간에 약 76회의 전환이 발생한다. 76번의 전환 각각에 주의 잔류가 붙는다고 생각해보자. 하루 8시간 근무 중 실제로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은 얼마나 될까. 그녀의 연구에 따르면, 하루 8시간 중 고도의 집중이 유지되는 구간은 많아야 2~3시간에 불과하다고 한다. 나머지는 중간 중간 끊어지거나 흐릿한 상태로 보낸다는 얘기다.

43%는 이미 자동화되어 있다. 습관이 깊이를 결정한다
남가일리포니아대 웬디 우드(Wendy Wood) 교수는 우리 일상 행동의 약 43%가 같은 장소에서 반복적으로 실행된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녀의 2019년 저서 [Good Habits, Bad Habits]는 이 데이터를 전면에 내세운다. 매일 같은 방, 같은 시간, 동일한 순서로 실행되는 행동이 쌓이면 그게 바로 습관의 뼈대가 된다. 문제는 이 43%가 자동으로 움직이는 만큼, 환경을 바꾸지 않으면 원하는 방향으로 바꾸기도 어렵다는 점이다.
2025년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대 벤 싱(Dr. Ben Singh) 연구팀이 내놓은 체계적 문헌고찰(Systematic Review)은 규모 면에서 단연 돋보인다. 2,600명 이상, 20개 연구를 통합 메타분석한 결과, 습관 형성에 걸리는 시간은 생각보다 훨씬 길었다. 단순 행동(물 마시기, 가벼운 스트레칭)은 중앙값 66일, 복잡한 루틴(아침 90분 운동)은 154일 이상. 가장 의미 있는 발견은 실행 빈도와 속도의 상관관계였다. 매일 실행하는 그룹이 불규칙 실행 그룹보다 습관 형성 속도가 2.3배 빨랐다.
이걸 집중력 문제에 연결해보면 재미있는 결론이 나온다. “깊은 집중을 방해하는 요소를 제거하는 행동”을 66일간 매일 반복하면, 그 자체로 습관이 된다는 뜻이다. 처음 일주일은 어색하고 힘들겠지만, 2~3개월이 지나면 알림을 무시하고 집중하는 게 오히려 익숙해진다. 환경을 바꾸는 게 아니라 환경이 나를 바꾸는 지점에 도달하는 것이다.
생산성의 환상에서 벗어나는 설계
집중력 문제를 의지력 탓으로 돌리는 건 실제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여러 연구 결과가 수렴하는 결론은 하나다. 이건 환경 설계의 문제다. 개인이 의지를 발휘한다고 해결될 수준이 아니라는 말이다. 2026년 시점에서 개인이 당장 조정할 수 있는 요소를 세 가지로 정리해봤다.
첫째, 방해 신호 자체를 차단하라. 마이크로소프트 2024년 Work Trend Index를 보면 직장인이 하루에 받는 평균 방해 신호가 무려 275건이다. 회의, 이메일, 채팅, 알림 각각이다. 이 중 상당수는 실시간 반응이 필요하지 않다. 급한 일은 전화로 온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알림 설정을 정리하고 메신저 확인 시간대를 정하면, 발생하는 주의 잔류 건수 자체가 급감한다.
둘째, 습관 중첩(habit stacking)을 전략적으로 써라. 제임스 클리어(James Clear)의 [Atomic Habits]에서 대중화된 이 아이디어를 단순한 자기계발 팁으로 치부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가 있다. 신경과학이 그냥 두기엔 너무 확실한 메커니즘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기존에 이미 자동화된 행동(출근 후 커피 내리기)에 새로운 의도(그 시간 1분간 스트레칭하기)를 붙이면, 새로운 행동에 필요한 전전두엽 피질의 부담이 확 줄어든다. 기존 신경 경로가 트리거 역할을 해주기 때문이다. 즉, 의지력을 덜 써도 된다.
셋째, 인지 부하를 의도적으로 제한하라. 글로리아 마크의 연구가 증명한 사실 하나: 화면 전환 횟수가 적을수록 자기 보고 업무 만족도와 실제 성과가 모두 높았다. 구체적으로 1시간에 화면을 30회 미만 전환한 그룹이 50회 이상 전환한 그룹보다 생산성이 평균 22% 높았다. 이 차이는 딱 하나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30회 미만 그룹은 “지금 이 일만 한다”고 결정하고 그 결정을 지켰다. 50회 이상 그룹은 그렇지 않았다. 차이는 자기 통제력이 아니라 작업 설계 방식에 있었다.
정리하며
한국 직장인의 하루 평균 근무 시간은 OECD 회원국 중 거의 최상위권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 2024년 통계에 따르면 한국 근로자의 연간 근로 시간은 1,872시간으로, OECD 평균(1,752시간)보다 120시간 이상 길다. 그런데 생산성을 묻는 설문에서는 중하위권을 기록한다. 시간과 집중력 사이의 괴리가 빚은 결과다.
수십 년간의 인지과학 연구가 일관되게 지적하는 건 같다. 시간의 양보다 집중의 질이 생산성을 결정한다. 하루 8시간을 책상에 앉아 있어도 실제 고도의 집중이 가능한 시간은 3~5시간. 학계 중론이기도 하다. 나머지는 주의 잔류에 시달리거나, 환경에 끌려다니는 시간이다.
생산성을 높이고 싶다면, 더 오래 앉아 있거나 더 많은 일을 동시에 처리하는 방법을 찾지 말자. 오히려 그 반대다. 짧지만 깊은 집중 블록을 설계하고, 주의 잔류를 최소화하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에너지를 써야 한다. 이건 의지력의 문제가 아니다. 설계의 문제니까.
참고: 이 글에는 아래 자료가 활용되었습니다
– Gloria Mark, Attention Span (2023)
– Sophie Leroy, “Why is it so hard to do my work?” (Organizational Behavior and Human Decision Processes, 2009)
– Wendy Wood, Good Habits, Bad Habits (2019)
– University of South Australia systematic review on habit formation (Healthcare, 2024)
– Microsoft Work Trend Index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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